울산교육독립운동 100년의 빛

언양01.jpg

 

'어린이'이란 말을 세상에 꺼냈던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1926년 언양에 강연을 위해 왔다가 하루를 묵어 가게 됐다.  그런데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언양보통학교 학생들이 모인 언양소년단과 불교소년단은 매일 새벽 5, 경쾌한 나팔소리에 맞춰 7~12세 어린이 60여명이 모인 것을 보게 된다. 방정환 선생은 아침부터 운동장 주변을 정리하고 줄 맞춰 마을을 달리며 단련하는 모습에 씩씩하고 든든하다며 매우 감격했고, 그 감동을 잊지 않고 서울로 올라고 어린이』 잡지에 아래의 글을 적으셨다. 

 

 

소년단의 조기회

어린이, (41, 1926.6.) 소파 방정환

 

어디인지도 모르는 경상남도 산간에 언양이라는 땅이 있고, 거기에 소년단이 있어 아침마다 조기회를 한다.” 작년 봄부터 그곳 어린이 독자 신고송 씨와 여러분들이 지어 보내는 작문과 편지를 보면서 나는 재미있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기쁜 일은 내가 그곳에 강연을 가면서 그 재미있는 조기회를 참례한 것입니다.

언양은 퍽 좋은 곳이었습니다. 울산 본부에서 자동차를 타고 태화강 옆으로 50리를 끼고 올라가니, 언양이 가까울수록 강물이 더 맑고 경치가 아름다운데, 씻은 듯한 산속에 태화강 흘러내리는 옆에 언양의 깨끗한 동네가 평화롭게 앉아 있었습니다.

언양에는 언양소년단과 불교소년단이 휴일마다 모여서 토론과 동화 모임도 하고, 겨울이든 여름이든 새벽 다섯 시에는 일제히 일어나서 동리 바깥까지 달음질로 식전운동을 하고 헤어진다고 합니다.

기침 소리도 나지 않는 꿈나라. “따다다 따다다 다아~~~”. 아아, 나팔을 부는 소년! 큰 소년이 부는 것인 줄 알았더니 간신히 12, 3세밖에 안 되는 조그만 조그만. 아주 조그만 어린 소년이 다리 위에 서서 힘을 들여 열심히 불고 있습니다.

언양의 새벽은 두 소년단의 나팔 소리에 밝아갑니다. 원래 작은 시골 읍이라 나팔 소리가 이른 새벽 공기를 헤치고 온 시골집마다 들려서 소년단원이 아닌 어른이나 노인도 "어린이들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늦게까지 자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하고 모두 일어나게 됩니다.

두 곳 소년단원은 소년회관 마당으로 한데 모였습니다. 모인 이는 모두 60여 명. 그중의 한 분 학생의 호령으로 대를 지어 달음질로 큰길을 나아가 동리를 꿰뚫고 하나둘, 하나둘소리를 내며 읍 바깥 퍽 먼 곳까지 달음질로 뛰어가는데, 7, 8세의 어린이들도 뒤떨어지지 않고 달음질해 가는 것을 볼 때 얼마나 씩씩하고 든든하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줄곧 달음질로 날마다 가는 예정된 곳까지 다녀와서 아침 교련 운동을 마치고, 나에게 이야기를 청해서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또 외국 소년들의 지내는 이야기와 조선 소년들이 어떻게 커가야 할지를 정성껏 간단하나마 간절하게 드리었습니다. 그때에야 아침 해가 동편 산머리에 솟아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모두 쇠잔한다고 하여도, 온갖 것이 모두 망한다고 하여도 언양에 새로운 기운을 넣어 주고 격려하면서 씩씩하게 커 가는 두 소년단의 어린 동무들이여, 꾸준히 꾸준히 씩씩하게 장성하소서. 당신네의 다섯 시 나팔은 지금도 내 귀를 울리면서, 내 마음에 자주 채찍질해 주는 것을 감사 감사히 알고 있습니다.

 

목록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